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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빈티지(vintage)의 비밀(와인 입문, 와인 교육, 와인 추천, 와인 선물)

by 3000포석정 2023.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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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에도 나이가 있다. 와인도 사람처럼 생년(生年)을 기준으로 나이를 센다. 와인의 생년을 빈티지(vintage)라 한다.

 

빈티지(vintage)의 비밀

빈티지는 '포도를 수확한 해'를 일컫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와인의 나이를 매기는 기준이 왜 포도를 수확한 해일까? '와인이 완성된 시점'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와인은 포도를 수확해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보졸레 누보와 같은 햇와인은 두어 달 만에 뚝딱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와인은 발효와 숙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물론 발효와 숙성 기간은 와인 스타일과 품질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고급 와인은 보통 2년에서 3년, 5년에서 10년 뒤에 출시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와인이 완성된 시점을 빈티지로 표기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둘째, 이 이유가 사실 더 큰데, 와인의 원료인 포도가 어떤 환경에서 나고 자라 수확되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포도 품질은 와인 품질을 좌우한다. 모든 농사가 마찬가지이지만, 포도 작황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싹이 트고 꽃이 피는 봄에 서리가 내리면 냉해를 입는다. 한창 여물 시기에 일조량이 부족하면 포도가 잘 익지 않는다. 여기에 우박이라도 떨어지면 수확량이 급감한다. 수확기에 비가 많이 내리면 포도에 수분이 많아져 맛과 향이 밍밍해진다. 이러한 포도로 와인을 빚으면 와인 맛도 밍밍할 수밖에 없다. 장마철 수확한 수박처럼 말이다. 기후가 좋아야 포도의 당도, 산도, 타닌의 성숙도가 높아져 와인도 맛있어지니 당연히 원재료인 포도를 수확한 해를 빈티지로 삼는 것이다.

 

 

 

빈티지(vintage) 차트

이렇듯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 빈티지가 좋은 해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해도 있다. 여러 기관, 전문가, 미디어에서 포도 작황을 확인하고 테이스팅하여 연도별, 지역별, 품종별로 빈티지 차트(vintage chart)를 만들어 공유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주로 100점, 10점, 5점 만점으로 수치화해 표기하고, 병모양이나 색깔로 구분해 와인 마시기 적당한 시기를 알려준다. 대표적으로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와인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베리 브러더스 앤 러드(Berry BROs.&Rudd), 로버트 파커가 발행하는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 등이 차트를 만든다.

 

와인 전문가나 애호가들은 품종뿐만 아니라 빈티지별 지역별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테이스팅을 하기도 한다. 빈티지별로 하는 것을 버티컬 테이스팅(Vertical Tasting)이라 하고, 같은 빈티지 와인을 지역별로 하는 것을 호라이즌틀 테이스팅(Horizontal Tasting)이라 한다.

 

빈티지 차트의 점수가 높다는 것은 그해 농사가 잘되어 좋은 포도로 와인을 빚었으니, 와인의 구조감이 좋아 숙성 잠재력이 높다는 의미다. 이런 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도 오른다. 이를 참고해 와인을 보관(셀러링)하거나 시음 적기를 판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세기의 빈티지

포도 작황이 좋아 와인 맛도 일품인 해를 일컬어 흔히들 '세기의 빈티지'라고 부른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최근 '세기의 빈티지'는 2016, 2015, 2010, 2009, 2005, 2000, 1990, 1982년이다. 부르고뉴는 2019, 2015, 2009, 2005년을 꼽는다. 그런데 빈티지 차트의 점수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는 아니다. 빈티지 차트의 점수가 낮아도 이를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숙성 잠재력이 낮은 대신 시음 적기가 빨리 온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사실 빈티지 차트는 고급 와인을 고를 때 참고할 뿐이지 중저가 와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발달한 양조술 덕분에 빈티지가 좋지 않은 해에도 평균 이상의 와인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을 잘 만드는 생산자들은 오히려 좋지 않은 해일수록 양조 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들은 좋지 않은 해를 '나쁜 해'나 '망한 해'가 아니라 '어려운 해'라고 여긴다.

 

또한 프랑스 보르도나 부르고뉴, 북부 이탈리아나 독일처럼 날씨 변화가 잦은 구세계 와인을 고를 때는 차트가 유용할 수 있지만, 날씨가 고르고 좋은 신세계의 와인은 빈티지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다.

 

무엇보다 각자의 취향이 가장 중요하다. 차트 점수가 좋든 나쁘든, 어느 전문가가 '강추'하든 '비추'하든, 결국 와인은 자신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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