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의 부속 암자인 봉정암(鳳頂庵)은 해발고도 1244m에 자리한 암자이다.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20여 개의 암봉이 연이어 성처럼 길게 둘러쳐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 용아장성(龍牙長城)은 설악산에서 가장 험한 능선으로 손꼽힌다. 산 사람들은 "봉정암은 그 이빨의 잇몸쯤에 자리 잡고 있다."라고 말한다. 봉정암은 한국의 5대 적멸보궁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중국 오대산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가져 온 자장율사는 금강산에 올라 기도를 올렸다. 어느 날, 하늘이 환해지면서 오색 찬란한 봉황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신기하게 여긴 자장율사는 봉황을 따라 남으로 내려왔다. 설악산 봉우리 위를 날던 봉황새는 부처님 닮은 바위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자장율사가 그곳을 자세히 보니 부처님 이마 부분에서 사라진 것을 알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불두암(佛頭癌) 중심으로 좌우에 범상치 않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게 아닌가. 성지다! 바위 아래 사리를 봉안한 뒤 5층탑을 세우고 암자를 지었다. '부처님 이마로 봉황이 사라졌다.' 해서 봉정암(644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교 성지이자 기도처로 알려져 있어 불자들의 성지 순례 코스에 꼭 들어간다.
봉정암 오층석탑은 설악산 소청봉 아래 해발 1244미터 높이에 위치한 봉정암의 경내에 있는 높이 3.6m 규모의 석탑이다. 거대한 바위 위에 5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으로, 일반적인 탑과 달리 기단부(基檀部)가 없어 마치 바위를 뚫고 높이 솟아오른 듯하다. 탑을 받치고 있는 바위 윗면에는 연꽃을 새겨놓아 부처님이 계신 곳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보통은 적멸보궁 전각 뒤에 사리탑이 있기 마련인데 봉정암은 공간상 멀리 떨어져 있되 바라볼 수 있는 구조란 점이 특징이다. 이 사리탑은 원래는 산신각 옆 바위에 세웠다고 한다. 그 후 어느 때 지금의 자리로 옮겼고 원래 자리의 바위에는 '석가사리탑'이라는 각자가 남아 있다. 봉정암의 사리는 부처님의 뇌사리라고 한다. 그래서 봉안한 오층석탑은 불뇌보탑(佛腦寶塔) 또는 불뇌사리보탑(佛腦舍利寶塔)으로 불린다. 한용운이 쓴 『백담사사적기』(1923년)에 수록된 『봉정암중수기』(1781년)에 따르면 지장율사가 당에서 얻은 석가불의 사리 7과가 이 탑에 봉안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어 이를 근거로 봉정암은 통도사, 상원사, 정암사, 법흥사와 함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는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인식되어 오고 있다.
비록 불자가 아니라도 그 옛날 아무런 장비도 없이 가장 높은 산 정상에 만들어 놓은 누군가의 불심이 담긴 석탑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생에 한 번 쯤은 가보고 싶은 순례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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