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가을이 되면 산사 주변에 붉은색으로 물든다. 가을 꽃무릇은 초가을에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진 뒤 잎이 나오며, 색깔은 붉은 색이다. 9월 중순이 되면 이 꽃무릇들이 활개치는데 특히 전라도 서해안 쪽에 있는 사찰들이 그렇다. 꽃무릇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사찰 주변은 보름 정도 선경 같은 별천지로 변하다.
꽃무릇 유명 사찰
그중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김제 금산사, 장성 백양사 등이 유명하다. 불갑사 꽃무릇은 공원처럼 말끔하게 조성된 넓은 잔디밭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일주문을 지나 불갑산 호랑이 전설이 깃든 산자락에도, 절집 마당가에도 꽃무릇 천지다. 그중에서도 불갑사 대웅전 뒤편, 저수지 주변이 가장 아름다운 꽃무릇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수지는 물론 저수지를 둘러싼 산비탈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무릇 물결이 가히 환상적이고 저수지 주변의 호젓한 오솔길은 가벼운 산책코스로도 좋다.
꽃무릇 상사화 유래
꽃무릇은 전통적으로 사찰 주변에 그 군락지가 많다. 9월 중순경에 꽃대가 자라나 넷에서 여섯 송이가 우산 모양의 큰 꽃으로 피어난다. 꽃은 붉게 피고 한 송이는 여섯 장의 꽃잎을 가지고 있다. 꽃잎은 뒤로 말리며, 가장 자리는 주름이 잡힌다. 꽃은 보름정도 유지되다가 시든 후, 11월 초순경이면 꽃대가 사그라져 없어진다.
꽃대만 미끈하게 뻗어 올라 고결함을 보여 준 뒤 곧 화사한 모양의 꽃을 피운 후 사라지고 잎이 돋아나는, 독특한 생리의 꽃무릇은 '붉은 상사화(相思花)'로 불린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생리로 인해 서로 끝없이 그리워만 해야 하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상징하는 꽃인 상사화로 불리는 것이다.
꽃무릇에 얽힌 아름다운 전설과 불교적 의미
사찰 주변에 꽃무릇이 많은 것과 관련해 회자되는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산사의 젊은 스님이 속세의 아리따운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해 짝사라에 빠지게 되었다. 스님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그 스님의 무덤에 붉은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반대로 어떤 여인이 수행하는 스님을 사모했지만 그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시들시들 않다가 눈을 감고 말았는데, 어느 날 스님의 방 앞에 이름 모를 붉은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상사병으로 죽은 여인의 넋이 꽃이 된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사찰 주변에 꽃무릇이 많은 현실적 이유는 이 꽃무릇에 있는 약성 때문일 것이다. 뿌리로 즙을 내고 꽃으로 물감을 만들어 탱화나 단청을 할 때 사용하면 방부제 성분 덕분에 좀이 슬지 않고 잘 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단청을 하고 탱화를 그리는 절집 주변에 많이 심었고, 이것이 번져서 군락을 이뤘다는 것이다.
독특한 생리와 특징을 지닌 꽃무릇은 여러가지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불교계에서는 꽃무릇을 피안화라고도 부르는데, 미혹과 번뇌의 세계에서 생사유전(生死流轉)하는 인간의 세계를 차안(此岸)이라 부르고, 이런 상태를 벗어난 깨달음의 세계를 피안(彼岸)이라 한다.
꽃무릇이 잎이 무성하게 나 있는 상태는 번뇌 망상이 끊이지 않는 차안의 세계이고, 꽃대만 올라와 꽃이 핀 상태는 해탈 열반의 세계인 피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사찰 주변에 많은 꽃무릇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수행하여 번뇌와 집착으로 인한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열반의 세계에 살 수 있도록 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꽃무릇은 한 송이 꽃이 피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보통 여섯 개의 꽃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여섯 개의 꽃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불교 실천 덕목인 육바라밀을 상징하는 것으로 상징되고 있다.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23년 9.15(금)~9.24(일), 제23회 영광불갑산상사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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