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이름 유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늦여름에는 강렬한 붉은 색의 배롱나무 꽃이 핀다. 배롱나무는 백 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 하여 백일홍이라 불렸다. 백일홍이 '배길홍'으로 바뀌고, 이것이 다시 '배기롱'을 거쳐 '배롱'으로 변해 배롱나무가 된 것이라고 한다. 100일 동안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백일홍은 배롱꽃, 자미목, 해당수, 파양수, 백양수, 쌀밥 나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그 중에서 '쌀밥 나무'라는 이름은 어떻게 얻게 됐을까. 남도지방에서는 이 꽃이 세번 피었다 지면 비로서 벼가 익어 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쌀밥 나무라고 불렀다 한다.
배고프던 시절의 슬픈 이야기이다. 꽃은 7~9월에 피고 남도 땅 어딜 가도 볼 수 있으며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꽃은 대개 붉은색이지만, 보라색 꽃과 흰색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다. 중국에서는 간지럼 타는 나무라는 뜻으로 파양수라 하고, 일본에서는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조차 미끄러지는 나무라는 뜻으로 사루스베리라고 한다.
배롱나무를 사랑한 사람들
중국 당나라의 현종은 배롱나무를 양귀비보다 더 사랑했다고 하고,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하자 절명시(絶命詩) 네 편을 남기고 음독 순국한 매천 황현은 "아침이고 저녁이고 천 번을 보고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고 읊으며 이 꽃을 특히 사랑했다.
또한 조선 전기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죽이고 정권을 찬탈한 쿠데타를 죽음으로 항거했던 여섯 명의 충신, 이른바 '사육신(死六臣)'중 한 사람이었던 성삼문(1418~1456)이 유독 사랑했던 붉은 꽃이다. "어젯밤 한 송이 떨어지고 오늘 아침에 또 한 송이 피어 서로 일백일을 바라보니 너와 마주하여 한 잔 하리라" 성삼문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어린 단종을 변치 않는 일편 단심(一片丹心)과 충절을 일백일 동안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백일홍 꽃에 빗대어 표현했다.
배롱나무에 얽힌 전설
배롱나무에는 가슴 아픈 사랑의 전설도 서려 있다. 옛날 어느 어촌에 머리가 셋 달린 이무기가 살았다. 이무기는 해마다 마을에 내려와 처녀를 한 명씩 제물로 잡아갔다. 어느 해는 제물로 바쳐질 처녀를 연모하는 한 청년이 대신하겠다고 나섰다.
청년은 여인의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이무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무기가 나타나자 청년은 준비한 칼로 이무기의 목 둘을 베었으나 하나는 자르지 못했다. 이무기는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처녀는 청년의 용감함과 사랑에 반해 목숨을 구해 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평생 반려자로서 함께하자고 했다.
그러나 청년은 이무기의 나머지 목을 마저 베어야 한다며 배를 타고 이무기를 찾아 나섰다. 떠나면서 "이무기 목을 베는데 성공하면 하얀 깃발을 내걸 것이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걸겠소."라고 말했다. 처녀는 청년이 떠난 후 매일 빌면서 청년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백 일이 되는 날, 멀리서 청년의 배가 모습을 보였는데 불행히도 붉은 깃발을 걸고 있었다.
처녀는 청년이 이무기에게 당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자결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깃발은 이무기가 죽으면서 내뿜은 피로 붉게 물든 것이었다. 사정을 알게 된 청년은 자신의 잘못을 통탄하며 처녀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이듬해 그 무덤에서 곱고 매끈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백 일 동안 붉게 꽃을 피웠다.
배롱나무 의미
이런 배롱나무를 사찰에 심는 뜻은 출가한 수행자들이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세속적 욕망과 번뇌를 벗어 버리고 수행에 전념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수행자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경계의 방편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배롱나무 명소
배롱나무로 유명한 사찰은 밀양 표충사, 조계산 선암사, 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 등이 있다.
연꽃, 사찰에서 자주 보는 꽃과 나무들(1)
동백꽃, 사찰에서 자주 보는 꽃과 나무들(2)
꽃무릇(상사화), 사찰에서 자주 보는 꽃과 나무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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