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좋은 호암의 금강산
'작은 설악산' 또는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대둔산(大屯山, 878.9m)은 가을이 오면 더욱 빛난다. 대둔산의 단풍은 특유의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수석처럼 솟구친 침봉들 사이에 자리한 울긋불긋한 나뭇잎이 이 만들어 낸 환상적인 풍광이 감동을 부른다.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두고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 했을 정도로 극찬했다. 만해 한용운과 우암 송시열도 대둔산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글귀를 남겼다. 금강산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여러 소금강(小金剛)들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는다. 대둔산의 아름다움은 그만큼 빼어나다.
단풍 시기
대둔산 단풍 산행
대둔산은 전북 완주와 충남 논산 그리고 금산의 경계를 이루며 솟아 있다. 그래서 어느 지역으로든 산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둔산은 정상인 마천대를 비롯해 임금바위와 마왕문, 입석대, 신선바위, 돼지바위, 장군봉, 동심바위, 형제봉, 금강문, 칠성대, 낙조대 등 대부분의 명소가 주능선 남쪽인 완주군 방면에 산재해 있다. 대둔산을 찾는 탐방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케이블카 정류소 옥상의 전망대에서 경치를 보는 것으로 산행은 시작된다. 정상까지는 700m로 짧지만 가파른 계단이 빽빽한 오르막이라 쉽지 않다. 등산 초보자라면 힘이 드는 깔딱고개인 셈이다. 5~10분 오르면 대둔산 명소인 금강구름다리다.
고풍스러운 청자처럼 깊은 맛이 나는 바위를 배경으로, 예쁘장한 붉은색 구름다리가 있어 누구라도 풍경에 반하게 된다. 튼튼해 보이는 다리지만 막상 걸어보면 고도감이 만만찮다. 다리는 1m 폭에 50m 길이, 80m 높이다. 다리 가운데로 갈수록 고도감이 절정에 이르며 걸을 때마다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작은 바위 전망대가 있고 이후로는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관광을 목적으로 찾은 이들은 구름다리에서 케이블카 정류소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산행은 정상인 마천대에 올라 경치를 즐기고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가 낙조대에 선 후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낙조대에서 논산이나 금산 쪽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보통은 교통이 편리한 산북리 케이블카 정류소로 원점회귀한다.
걸어서 하산할 경우 용문골로 내려가서 찻길을 따라 산북리 집단시설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할 경우 용문굴에서 장군봉으로 이어진 사면길을 따라 케이블카 정류소로 돌아가면 된다.
구름다리 이후 이어지는 자연석 계단은 폭이 좁고 불규칙적이며 가팔라 베테랑 산꾼이라도 걸음에 집중해야 한다. 너른 터에서 한숨 돌리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이 구름다리보다 더 무섭다는 삼선계단이다. 바위 벼랑을 이은 철계단 오르막인데 사다리처럼 가파르고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라 조심하게 올라야 한다.
마천대는 '하늘을 어루만질 만큼 높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상에는 거창한 생김새의 개척탑이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기서 올라왔던 길을 되밟아 케이블카 정류소로 내려간다. 산행을 제대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북쪽으로 능선을 밟아 낙조대로 가는 것이다.
케이블카 갈림길을 지나면 비교적 호젓한 산행이 가능하다. 바위산답게 능선 곳곳에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바위가 있다. 낙조산장을 지나면 대둔산의 뒷모습이 보이는 낙조대다. 용문굴을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 사면길을 이어가면 산행을 시작했던 케이블카 정류소다.
상부 케이블카 정류소에서 마천대에 올라 낙조대와 용문굴을 거쳐 케이블카 정류소로 돌아오는 코스는 4.2km에 3~4시간 걸린다. 대둔산 북쪽인 논산시 벌곡면 방면 산자락은 완주군 쪽과는 또 다른 풍광을 간직한 곳이다. 수직절벽으로 둘러싸인 깊게 패인 군지골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볼거리다. 이 깊은 협곡 속에 제1폭포, 화랑폭포, 비선폭포, 군지폭포 등이 밀집되어 있어 가을이면 색다른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비가 내린 직후 쏟아지는 물줄기와 함께 감상하는 가을 분위기는 장관이다.
대둔산 동쪽인 금산군 진산면 태고사 일대 또한 절경이다. 원효대사가 전국 12개 승지의 하나로 태고사 절터를 찾고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곳이다. 태고사 뒤편으로 솟아오른 의상봉, 관음봉, 문수대, 낙조대의 절묘한 풍광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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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사찰, 대둔산과 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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