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산은 분명 멋지고 아름답다. 하지만 겨울산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순백의 설산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러셀russel은 깊은 눈을 헤치고 나가는 기술이다. 이 단어는 제설차를 만드는 미국 회사의 이름에서 따온 용어로, 번역하자면 눈길 뚫기, 눈 헤쳐 나가기 등으로 표현된다. 눈이 덮인 설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한데, 러셀은 이때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설상 보행법이다. 발이 깊이 빠지지 않도록 설피나 스키를 활용하기도 한다. 러셀을 하면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눈을 헤칠 수 있다.
눈이 허리 이상 쌓였을 때는 무작정 발로 길을 내기보다는 무릎을 이용해 앞의 눈을 여러 차례 다진 다음 그 위에 발을 딛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한 걸음씩 전진할 때마다 한쪽 다리를 눈에 기대고 쉬는 방식을 사용하면 체력 소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눈의 저항을 이용해 몸에 걸리는 부하를 줄이는 것이 요령인 셈이니 최소한 폭설을 대비해서 이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산행을 즐기는게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다.
소백산(1,140m)
지형적인 이유로 겨울철 북서풍의 영향을 받는 소백산은 대표적인 눈꽃 산행지로 꼽힌다. 기온차가 심한 날에는 주능선에 화려한 상고대가 피어 고산 설경의 진수를 보여 준다. 겨울바람이 유독 소백산을 즐겨 찾는 건 모난 데 없이 푸근한 덩치로 안아 주기 때문. 둥글둥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긴 산자락, 부드러운 능선의 아름다움, 사방으로 트인 전망. 그래서 등산 애호가들은 겨울이면 그 모진 바람 부는 푸근한 설산이 그리워 소백의 품을 찾는다.
산행은 죽령이나 희방사에서 시작해 정상인 비로봉까지 종주한 다음 하산하는 코스, 단양 천동계곡으로 주능선에 올라 비로봉까지 갔다가 온 길로 되돌아가거나, 영주 비로사에서 비로봉으로 올라 국망봉까지 종주한 후 초암사로 하산해 달밭재 넘어 비로사로 돌아가는 코스가 인기 있다.
죽령에서 2시간을 올라 제2연화봉 대피소에서 1박하고 연화봉까지 갔다가 죽령으로 돌아가는 코스는 초보자들에게 인기 있다.
태백산(1,567m)
태백산은 2월이면 어김없이 두툼한 눈으로 뒤덮인다. 특히 천년 주목 군락에 만발한 설화雪花는 다른 산과는 격이 다르다. 태백지역 폭설 소식이 들리면 바로 태백을 향해 출발, 그 다음날 산행해야 최고의 눈꽃을 볼 수 있다.
산행은 유일사에서 출발해 천제단으로 오르는 것이 최적이다. 유일사 코스로 시작해야 이른 아침 햇살이 비추는 능선의 설화 터널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최단시간에 주목 군락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태백산 옆 함백산은 해발 1,572m로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높지만 고도 1,200m를 공짜로 올라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1,280m)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고도 300여 m만 올려 수월하게 정상에 설 수 있다. 함백산은 겨울 적설량이 많아 1~2월 대부분 설경을 볼 수 있다. 산길이 부드러워 초보자들의 입문용 설산으로 알맞다.
오대산(1,565m)
오대산국립공원은 총 면적 326.348㎢로 국내 육상공원 중 지리산과 설악산에 이어 세 번째로 넓다. 크게 평창의 월정사지구와 강릉의 소금강지구로 나뉘며, 백두대간 줄기가 관통하고 있어 통제구간이 많아 각 지구별로 탐방해야 한다. 유서 깊은 사찰인 월정사를 위시해 상원사, 적멸보궁 등 불교문화 유적이 즐비한 월정사지구에서는 두루뭉술한 능선을 따라 최고봉 비로봉을 오를 수 있으며, 소금강지구에서는 냉랭한 겨울 기암협곡을 만끽할 수 있다.
오대산 남동부 설원지대는 색다른 설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 황병산과 매봉 일대에는 양떼목장, 대관령목장 등 많은 목장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한겨울이 되면 지형적 특성상 많은 눈이 쌓여 거대한 설원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독특한 겨울 풍광이다. 알프스처럼 시원한 은빛 설원에 서서 백두대간 위에 줄지어선 풍력발전기, 그 너머 광활한 바다까지 한눈에 돌아볼 수 있다.
선자령(1,157m)
2010년 이후 인기가 급상승한 겨울 산행지. 대관령 북쪽에 자리한 선자령은 고원 특유의 밋밋한 산줄기가 뻗어 있어 특출 나게 눈길을 끌 만한 산세를 지닌 곳은 아니다. 이 밋밋함이 선자령만의 독특한 경치를 만들어냈다. 워낙 고지인데다 동해 바다와 인접해 있어, 바람이 강해 상고대가 생성될 확률이 높기 때문. 바다를 뚫고 솟구치는 시원한 일출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완만한 산세 덕분에 산행이 쉬워 초보자를 비롯한 일반인의 대중적인 겨울 눈꽃 산행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편리한 접근성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너른 주차장이 있는 해발 800m의 대관령 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기에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다. 눈꽃과 일출 모두 큰 노력 들이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 갔다가 다시 대관령으로 돌아오는 데 총 13km,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100대 명산 사찰, 소백산(비로봉 최단코스)과 비로사
100대 명산 사찰, 태백산과 유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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