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계실 때의 제자인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를 협시존(夾侍尊)으로 모신 경우도 있다. 아난 존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촌동생으로 원래 이름은 '아난다'이며, 보통 '아난'이라고 부른다. 아난 존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55세 때 시자(侍者)가 되어 석가모니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25년간 모든 법문을 다 듣고 외웠기 때문에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고 불린다. 가섭 존자의 이름은 '카샤파'인데 석가모니 부처님보다 다섯 살 연하로 제자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았던 탓에 항상 노인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가섭 존자는 처음 출가하였을 때 자신의 새 가사를 부처님의 누더기 가사와 바꾸어 입었다. 이후 극도로 소박한 생활을 평생 유지하며 살았다. 바라문 출신으로 대부호의 아들이었지만 출가한 뒤 다 헤진 누더기 가사만 입었으며, 지붕 밑에 머물지 않고 산과 들에서 자며 오로지 걸식해 먹었다. 적은 것으로 만족하고 의식주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털어 버렸기에 '두타제일(頭陀第一)'이라 칭송한다. 여기에서 '두타(dhuta)'란 '모든 것을 털어버린다.'란 의미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회를 열면서 아무 말 없이 대중들에게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였을 때 오직 가섭 존자만이 미소를 지었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이 있으니, 이를 가섭에게 부촉하노라."고 말씀하셨다. 이를 '염화시중(拈華示衆) 가섭미소'라 하고, 간단히 '염화미소(拈華微笑)'라고 부른다.
선종(禪宗)에서는 이를 두고 불교의 깨달음을 이심전심으로 전했다고해서 가섭 존자를 석가모니 부처님 다음의 1대 조사(祖師)로 모시게 되지만, 교종(敎宗)에서는 경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암송으로 경전 성립의 가장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 아난 존자를 교종의 제1대 조사로 꼽는다.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를 협시존으로 모시는 양식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나타났다. 이는 국가정책으로 인해 선종과 교종이 강제적으로 통폐합되어 통불교(通佛敎)가 되면서 등장한 양식으로 본다. 곧 선종과 교종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협시존으로 정한 데서 불교계가 처한 시대적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아난 존자와 가섭존자가 협시존으로 있는 불당으로는 대표적으로 경주 불국사 대웅전이 있다. 석가삼존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시는 것이 기본 양식이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라 여러 양식이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양식들 중에서 특이한 구성을 보여주는 법당도 있다. 바로 경주 불국사 대웅전이다. 불국사 대웅전은 주존불이 석가모니불이고, 협시보살은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이다. 그런데 협시보살 바깥쪽으로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를 봉안했다. 수미단에만 다섯 분이 계신 것이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보이지 않지만 대신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상징하는 코끼리와 사자를 조각개 보 위에 안치했다. 곧 불국사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의 협시보살과 협시존을 총동원해 법당 내부를 꾸민 것이다. 정작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법당 외벽에 그려져 있다. 또한 대웅전 뒤쪽 처마 아래에도 문수보살, 보현보살상이 그려져 있어 법당 내부와 외부를 석가모니불 협시보살과 협시존으로 꾸민 독특한 법당이다. 불국사에 가게 되면 대웅전에 있는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를 먼저 보고 숨어있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그림을 찾는 재미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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