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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사찰 여행

민속 신앙과 불교 이야기

by 3000포석정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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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비나이다~칠성님께 비나이다." 어렸을 적에 '전설의 고향' TV프로그램을 보면 우리 어머님들께서 깨끗하고 맑은 샘물을 그릇에 담아 앞마당 북쪽 방향에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의 평안과 무병장수를 칠성님께 기도 올리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북두칠성을 신앙하는 칠성신앙(七星神仰)이라는 매우 특이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인간의 생로병사, 길흉화복, 불로장생, 부귀영화를 북두칠성(北斗七星)의 칠성님이 주관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우리의 옛 할머니나 어머님들은 장독대 위해 정화수를 떠 놓고 칠성님께 소원을 빌어왔던 것이다. 절에 가보면 대웅전 뒤편에 칠성각(또는 칠성당, 칠성전)이라는 전각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불교 사찰에만 존재하며, 원래 불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전각은 한민족의 칠성신앙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사찰 내에 수용되었던 것이다.

 

<고창 선운사 석상암 산신도,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산신신앙도 자연숭배의 일단으로 상고대 북방계열의 사회에서 지켜졌음을 중국 측 사료에도 볼 수 있으며 사료에는 '범에게 제사드려서 그것을 신으로 섬긴다.'라는 조항도 보인다. 후세에 범을 산신과 동일시하여 숭앙한 원류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호랑이 자체가 산신령으로 간주되는 사례는 오늘에까지 전하여지고 있다. 우리 민족의 단군신화와 수로신화는 산악신앙의 가장 오래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두 신화에서 산은 신으로서 그가 강림하는 자리이고, 사람들로서 강림하는 신을 받드는 자리이다.

 

 

단군신화에서의 산은 신의 강림처이며 아울러 신의 주거처로 관념 되어 있기도 하다. 단군의 죽음이 입산 후 산신이 된 것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속신앙에서의 산악과 산신은 지역수호신의 성격을 가장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 경우, 산신은 산신령ㆍ신령 등으로 불리고, 때로 노인으로 관념 되거나 아니면 호랑이로 관념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호랑이는 단순히 산신의 말 정도로 관념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사찰에는 예외 없이 한 귀퉁이에 산신당 또는 산신각이 있다. 산신각에는 산신 탱화가 빠짐없이 봉안되어 있는데, 탱화에는 백발노인이 호랑이를 탄 모습이나 호랑이가 그 곁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는 무속의 무신도와 거의 동일한 모습인 바, 불교적인 변용이 없이 사찰에 봉안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산신신앙의 보편성과 강도를 웅변해 주고 있다 하겠다. 다음으로 사찰의 삼성각(三聖閣)에 산신과 함께 모셔지거나 따로 모셔지는 칠성(七星)과 독성(獨星)이 있다. 칠성신앙은 자식 발원과 수복 발원이 주목적인바, 도교적 신앙이 불교에 수용된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그리고 독성은, 부처님이 열반에 들도록 허락하지 않아 홀로 천태산에 들어가 용화세계가 올 때를 기다리며 수도하는 나반(那畔) 존자라고 하는데, 말세에 그에게 빌면 성도(成道)가 빠르다고 한다.

 

<갑사 삼성각 독성신,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우리나라의 고대 소설과 신화를 보면 용왕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서양에서의 용은 인간을 괴롭히고 무서운 존재라면, 우리나라에서의 용은 믿음의 존재이고 친근함의 존재이다. 소설인 심청전의 이야기에서도 서해바다 인당수 물에 빠졌지만 용궁에서 다시 살아서 돌아온 이야기, 신라 문무왕의 경우 당시 신라에서 동해에 왜적의 침입이 많았는데 문무왕이 죽기 전 자신은 용이 되어 조국 신라를 수호하겠다고 해서 그 유언에 따라 바다 한가운데 릉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관음전에 모시고 있는 관세음보살의 협시불로서 용왕을 모시는 것까지 다양하게 용왕을 숭상해 왔다. 특히 바닷가 사찰에 세워진 해수관음상은 용왕신앙과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기 위해 찾아가는 기도처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바다의 용왕은 물로써 인간을 달래주는 신통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왔으며, 용왕신앙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뱃사람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신앙의 수단으로 전승되어 오다가 불교에 수용되어 아직까지 내려오고 있다.

원시시대에 자연의 섭리를 전혀 알지 못하던 시절 산(산신), 물(용왕), 하늘(칠성)에 두려움을 신앙으로 섬겼으며, 이 신앙이

불교와 융합하여 전승되어 현재까지 변형된 모습으로 불교 속에서 이어져 왔다. 

 

<남해안 별신굿(용왕굿),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이제 사찰에 가면 왜 불교와 관계없는 전각들이 있고, 산신 등을 따로 모시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으리라고 본다. 각 전각들과 민속 신앙이 갖는 의미를 잘 헤아려서 칠성각에서 "부자되게 해 주세요"라고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불교와 우리 민속신앙을 잘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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