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를 즐기기 위해 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족과 동료, 연인과 아름다운 산을 오르기 위해 등산하는 것도 좋지만, 명산(名山)에 천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사찰이 있다면 사찰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우리 문화유산을 같이 둘러본다면 더욱 즐거운 등산이 되지 않을까 해서 명산대찰(名山大刹)을 이어주는 글을 연재하고자 하오니 즐거운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불갑산 소재지 및 높이
-소재지 : 전라남도 영광군ㆍ함평군
-산높이 : 516m
선정이유
전남 영광과 함평의 경계를 이룬 불갑산(佛甲山·516m)은 백제 불교 도래지로 이름난 불갑사로 더욱 이름난 산이다. 불갑산과 모악산(母岳山) 사이 동백골 들머리에 자리잡은 불갑사는 백제 침류왕 원년(384)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가 동진(東晋)을 거쳐 서해를 건너 법성포로 들어와 모악산 자락에 창건한 사찰로 전해지고 있다.
동백골을 사이에 두고 솟아오른 불갑산과 모악산(347.8m)은 산세만을 놓고 볼 때 오히려 모악산이란 지명이 더욱 어울린다. 북서쪽 칠산바다(영광 앞바다)를 향해 문을 열어놓고 있는 모악산은 부드럽고 아늑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면 불갑산은 야트막하지만 연실봉을 비롯한 기암괴봉이 곳곳에 솟구쳐올라 암팡진 모습이다.
불갑산은 꽃무릇 자생지로도 이름나 있다. 상사초(화)라 부르기도 하는 이 꽃은 꽃과 꽃대가 지면 땅에서 난초 잎 비슷한 잎이 나와 눈 속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잎이 지고 나면 또 꽃대가 나와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늦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온산을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은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돋고, 잎이 지고 나면 꽃이 피는 등, 꽃과 잎을 함께 볼 수 없다 하여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상사화(相思花)라 불리는 풀이다. 동백골에는 참식나무(천연기념물 제112호)와 비자나무 등, 희귀수종뿐 아니라 단풍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가을철이면 화려하게 빛나곤 한다.
불갑산 등산코스
1코스(120분, 5.8km)
주차장~수도암~도솔봉~용적봉~용봉~구수재~동백골~불갑사~주차장
2코스(145분, 6.1km)
주차장~불갑사~동백골~해불암~연실봉~해불암~동백골~불갑사~주차장
3코스(175분, 7.3km)
주차장~불갑사~동백골~해불암~연실봉~구수재~동백골~불갑사~주차장
4코스(165분, 5.8km)
주차장~불갑사~동백골~해불암~연실봉~노루목~장군봉~투구봉~법성봉~노적봉~덫고개~불갑사~주차장
5코스(210분, 8.2km)
주차장~불갑사~동백골~구수재~연실봉~노루목~장군봉~투구봉~법성봉~노적봉~덫고개~불갑사~주차장
6코스(210분, 8.2km)
주차장~덫고개~노적봉~법성봉~투구봉~장군봉~노루목~연실봉~구수재~용천봉~도솔봉~수도암~주차장
불갑사 역사와 유래
1741년(영조 17) 이만석(李萬錫)이 쓴 사적비에 의하면 창건연대는 미상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일설에는 384년(침류왕 1)에 행사존자(行士尊者)가 창건하였다고 하였는데, 행사존자는 마라난타(摩羅難陀)의 다른 이름이다.
이 설을 따르면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뒤 최초로 세운 절이 되는데, 마라난타가 불갑사 부근의 법성포(法聖浦)를 통하여 들어왔으므로 다소 신빙성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기록에 의하면 문주왕 때 행은(幸恩)이 창건하였다는 설도 있다. 이 절이 크게 번창한 것은 고려의 진각국사(眞覺國師)가 머무르면서부터이다.
당시 이 절에는 수백 명의 승려가 머물렀고, 사전(寺田)이 10리에 미쳤다고 한다. 그 뒤 많은 중수를 거쳐 오다가 정유재란 때 전소된 뒤 법릉(法稜)이 중창하였고, 1623년(인조 1) 대웅전의 본존불상을 조성하여 봉안하였다. 1634년 해릉(海稜)이 중창하였는데, 창건 당시의 규모에 비하여 많이 줄어들었다.
1644년 조암(照巖)이 중수하였고, 1654년(효종 5)과 1675년(숙종 1)에도 중수가 있었다. 1680년 채은(采隱)이 대대적으로 중건하였고, 1702년ㆍ1705년ㆍ1706년에도 팔상전과 탱화·나한상에 대한 중수가 있었다. 1802년(순조 2) 득성(得性)이 중창한 이후 1869년(고종 6) 설두(雪竇)가, 1876년 설파(雪坡)가, 1879년 동성(東城)이 각각 중건하였다. 1904년에는 금화(錦華)가 만세루를 중수하고 1909년에 대웅전을 수리하였다.
그리고 이 무렵 영광읍에 불갑사포교당인 원각사(圓覺寺)를 세웠다. 1937년 만암(曼庵)이 명부전을 지금의 위치로 옮겨지었고, 1938년에는 설제(雪醍)가 개수하였다. 1974년 범종루와 범종이 조성되었고, 1976년 지종(知宗)이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불갑사 불교 문화유산
▶대웅전(보물)
석가모니 불상을 모셔 놓은 법당인 대웅전은 18세기 이전에 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기와 가운데 '건륭 29년(乾隆二十九年)'이라고 쓴 것이 발견되어 조선 영조 40년(1764)에 고친 것으로 짐작한다. 그 뒤 융희 3년(1909)에 수리하였다.
규모는 앞면 3칸ㆍ옆면 3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과 비슷한 팔작지붕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짜은 구조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이다. 지붕 위부분에서 작은 석탑과 보리수를 조각한 장식을 볼 수 있으며, 가운데 칸 좌우의 기둥 위에는 용머리를 조각해 놓았다. 또한 가운데 칸에 달린 문은 연꽃과 국화 모양으로 꾸며 뛰어난 창살 조각 솜씨를 엿보게 한다. 건물 안쪽의 모서리 공포 부분에도 용머리를 장식하고 있고 천장은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꾸몄다.
화려한 무늬와 조각을 새긴 조선 후기 목조 불전 건축으로 시대적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어 중요한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보물)
불갑사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나무로 만든 삼세불좌상으로, 중앙의 석가모니불을 중심하여 왼쪽에는 약사불이 배치되고 오른쪽에는 아미타불이 자리하고 있다.
석가모니불은 주존불로서 삼불 가운데 가장 크고 건장한 신체에 무릎이 넓어 안정되어 보인다. 육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머리에는 정상계주와 중앙계주를 큼직하게 묘사하였으며 네모꼴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엿보인다. 두 귀는 길어서 어깨까지 늘어졌고, 약간 굵어진 목에는 세 개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뚜렷하다. 옷은 양어깨를 모두 덮고 있는 형식으로 오른팔을 드러냈으며, 옷주름은 두 다리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있다. 수인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고 있는데, 양손 모두 마치 실제 인물의 손처럼 표현하여 사실성이 돋보인다.
약사불과 아미타불 또한 불명확한 육계, 팽창된 얼굴, 분명한 이목구비, 부피감 있고 편안한 자세, 사실적으로 표현된 양 손,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옷주름 등의 세부 표현에서 본존인 석가모니불과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다만, 석가모니불에 비하여 크기가 다소 작아지고 양어깨를 모두 덮은 옷에 오른팔을 드러내지 않고 아미타인(阿彌陀印)의 손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불상 안에서 발견된 불상 조성기에 의하여 1635년 무염(無染)스님을 비롯한 승일ㆍ도우ㆍ성수 등 10인의 화승들에 의해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불상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무염비구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초기의 것으로, 전라도ㆍ충청도ㆍ강원도지역을 거쳐 폭 넓게 활약하던 무염일파의 작품과 경향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100대 명산 대찰(名山 大刹) 이야기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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