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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사찰 여행

삼성각(三聖閣), 사찰에는 주로 어떤 건축물(전각)들이 있을까?(8)

by 3000포석정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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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우리나라에 토착화 하면서 고유의 민간 신앙인 산신신앙과 도교의 칠성신앙 등을 불교가 수용하면서 생겨난 전각이 삼성각(三聖閣)이다. 곧 산신(山神)ㆍ칠성(七星)ㆍ독성(獨聖)을 함께 모신 경우를 삼성각이라 하며, 각각 따로 모셨을 때는 산신각, 칠성각, 독성각이라 불린다. 보통 큰 법당 뒤쪽 높은 곳에 따로 자리하며, 가장 경치 좋은 곳 또는 기존 사찰 전각들과 분리된 곳에 위치해 있다. 이름만 보더라도 '전(殿'이 아닌 '각(閣)'이겠는가. 전(殿)은 부처 또는 불교와 관련된 보살을 모시는 건축물이고, 각(閣)은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신령 또는 존자를 모시는 건축물이다. 삼성각에서는 각 신앙의 존상과 탱화를 모신다. 삼성을 함께 모실 때는 정면 3칸, 측면 1칸 건물을 짓고 따로 모실 때는 정면 1칸, 측면 1칸의 건물을 짓는다.

 

<여주 신륵사 삼성각(좌), 갑사 삼성각 내부(산신,칠성,독성)(우),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

 

칠성각(七星閣)

칠성각은 칠원성군(七元星君)을 모신 전각으로 칠성은 원래 중국에서 도교 신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형성된 다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래신(外來神)으로서, 사찰의 수호신으로 불교에 수용되어 칠성각을 만들어 봉안하게 되었다. 칠성 신앙의 근원은 중국에 불교가 들어갈 때 민간 신앙을 기초로 한 도교가 중국에 널리 보급되어 불교 전파가 힘이 들었다. 당나라의 일행선사(一行禪師)가 도교를 흡수해서 불교와 도교의 마찰을 해소하여 불교에서 칠성을 완전히 흡수 포용한 것이다. 칠성신은 비를 내려서 농사가 풍작이 되도록 하며, 수명을 연장해 주고 병을 없애주며, 특히 어린이의 수명장수를 주관하며, 또한 재물을 늘려주고 재능을 돋우어 준다.

 

 

<진관사 칠성각(좌), 진관사 독성각(중앙), 도갑사 산신각(우),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독성각(獨星閣)

독성각은 나반존자(那畔尊者)라는 독성님을 모신 당우로 나반존자는 나한(羅漢)중의 한 사람으로 혼자서 스승없이 자기 힘만으로 모든 진리를 깨친 성자(聖者)이다. 그가 깨달음에 이른 길은 다른 나한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곧,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스승 없이 혼자서 깨달음을 얻은 위해단 성자이다. 나반존자는 홀로 천태산(天台山)에 들어가서 해가 뜨고 지는 것, 철 따라 잎이 피고 지는 것, 봄에 꽃피고, 가을에 익는 열매 등 변함없이 운행되는 우주의 운행을 보고 깨달음을 이룬 것이다. 연기의 이치나 육바라밀의 이치를 누구에게도 의지 않고 깨우치신 분으로 특별히 전각을 지어 홀로 모시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림으로 모시는데 머리가 희고, 긴 눈썹을 가진 노인상으로 나타나는 데 일반 서민들은 대웅전이나 극락전보다 독성각에 불공을 드리는 사람이 더 많다.

 

산신각(山神閣)

산령각, 만덕전(萬德殿)이라로도 불리는 산신각은 산신령을 봉안한 당우(當宇)로 우리나라 사찰에만 존재한다. 이는 우리 불교가 토착화해 온 과정을 알려주는 좋은 증거이다. 산신은 원래 불교와 아무 관계가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토착 삼신(三神) 신앙이었으나 불교가 재래 신앙을 수용하면서 삼신에서 산신으로 변경되어, 산신은 부처님을 지키는 호법신중(護法神衆)이 되었다. 그러다가 후대에 이르러 불교 안에서 지금처럼 본래의 모습을 찾아 독립된 전각을 지어 모시게 된 것이다.

산의 정기를 믿고 산신령을 믿음으로서 산신을 섬기게 된 것인데 산신은 백발노인으로 표현되고, 호랑이는 산신의 지시에 따르는 영물로 늘 산신 옆에 배치되어 있다. 산신은 불전(佛典)에 그 근거가 없으므로 산신전(山神殿)이라 하지 않고 한층 격을 낮추어 산신각(山神閣)이라고 한다. 현재 산신각에서는 자식을 원하는 사람과 재산을 증식시키기를 기원하는 신도들의 산신기도가 많이 행해지며 대부분의 사찰에는 한 칸 남짓한 목조 산신각이 꼭 있다. 또한 산신각은 법당 뒤에 높은 곳에 위치하며 산신각에서 보면 다른 법당 건물들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토속신앙인 산신 신앙의 신성공간은 대체로 삼중 구조로 되어 있다. 맨 아래쪽에 하당으로 불리는 장승과 솟대, 중간에 중당으로 불리는 돌무더기 서낭당, 맨 위쪽에 상당으로 불리는 산신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의 절을 살펴보면 맨 아래 쪽에 장승, 중간에 대웅전, 맨 위쪽에 산신각이 배치되어 있다. 결국 토착 신앙의 신성 공간의 상, 중, 하당의 구조가 유지되면서 불교가 토속신앙과 융화되면서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이 중당에 배치된 것이다. 즉 장승에서 산신각을 잇는 선을 지름으로 하는 원형의 공간 안에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을 비롯한 불교의 전각들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따라서 산신각은 대웅전 뒤로 밀려난 것이 아니라 대웅전 위쪽에 상당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자리 잡은 산신각들이 대체로 어느 사찰이나 사찰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도 이러한 산신령에 대한 고유 신앙 의식이 이어져서 사찰에서 건물을 짓는 불사를 할 때 산신각을 가장 먼저 짓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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