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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사찰 여행

불전사물, 사찰에는 주로 어떤 건축물(전각)들이 있을까?(9)

by 3000포석정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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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생을 깨우치는 소리, 불전사물(佛殿四物)

 

어떻게 보면 불교의 세계관은 참 넓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과 그 인간들이 사후에도 영원히 행복할 수 있는 거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교리를 세우고 전파하는 인간중심의 세계관임에 반해, 불교는 육지, 하늘, 물속 짐승들 뿐만 아니라 선업의 결과에 따라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존재들까지도 구제하기 위한 신앙이다. 따라서 말을 할 줄 모르고 들을 줄 모르는 존재까지도 불법을 전파해 구제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한데, 이 도구가 소리를 낼 수 있는 불전사물(佛殿四物)이다.

불전사물은 어떻게 보면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현대 시대의 주택으로 표현하자면 집주인을 깨우는 초인종과 같은 역할이라고 본다. 초인종은 집주인을 깨우지만 이 불전사물은 아직 구제되지 않는 중생을 깨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불전사물은 네 가지 주요 악기인 범종ㆍ운판ㆍ목어ㆍ법고를 지칭한 용어로서 2층의 누각에 사물이 있을 경우 범종루(梵鐘樓)라 하고, 단층인 경우 범종각이라고 하며 산문을 들어서서 좌측면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배치다. 사물은 모두 부처님께 예배드릴 때 사용하는 불구로서, 새벽예불, 사시공양, 저녁예불 때 사용된다. 사물을 치는 순서는 법고→범종→목어→운판 순으로 치며, 이들은 소리로써 불음(佛音)을 전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주 신륵사 법고(上좌), 여주 신륵사 목어(上우), 강화 전등사 범종(下좌), 강화 전등사 운판(下)우, 불전사물>

 

법고는 축생(畜生) 즉, 육지를 걸어다니는 길짐승을 제도하기 위해 사용되며 북소리가 멀리 퍼지는 것과 같이 불법(佛法)이 널리 퍼지라는 의미이며, 불법을 전하여 중생의 번뇌를 물리치고, 해탈을 이루게 한다는 함축적인 의미로 예불을 알릴 때 친다.


범종은 지옥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용되며 대중을 모으고 때를 알리기 위하여 쳤으나, 점차 조석 예불이나 의식을 치를 때 치게 되었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아침에 28번, 저녁에 33번을 치는데 종을 매단 부분을 용뉴(龍鈕)라 하는데 용의 모양을 하고 있고, 종을 치는 나무는 당목이라 하여 물고기(고래)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는 옛날에 바닷가에 용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포뢰용이라는 용이 고래를 무서워했으며, 그 울음소리가 마치 종소리와 같다고 해서 종 위에 용모양의 용뉴를 만들게 되었고, 고래를 무서워해 고래모양으로 나무를 깍아 종을 치게 되었다.

 

 

<범종위에 매달린 용뉴(龍鈕)(좌),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상원사 동종(우)>

 

참고로 오대사 상원사에 있는 동종은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범종으로 국보로도 지정되어 있어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목어는 물 속에 사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초기에는 사찰 경내의 무리를 모으기 위한 신호 소리를 내는 데에 사용하였으나 점차 새벽과 저녁 예불할 때 사용하고 있다. 또한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자로 하여금 자지 않고 도를 닦으라는 뜻으로 목어를 만들어 수행을 정진하게 하였다.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제도, 허공을 떠도는 영혼을 천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전체적인 모습이 뭉게구름 형태, 구름무늬 모양의 넓은 판으로 되어 있다. 예전에는 부엌에서 운판을 많이 사용하다가 차츰 불전의 사물로 바뀌어 조석에불을 할 때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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