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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사찰 여행

송광사와 선암사, 천년불심(天年佛心)길이 이어준 사찰(1)

by 3000포석정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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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이 전 세계인이 한 번은 걸어보고 싶은 길이 있다면 아마 산티아고 순례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스페인의 북서쪽 끝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로 향하는 순례길을 말한다.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시신이 이곳 산티아고 성당에 안장되어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을 걸어서 방문하면서 시작되었으며 그 역사는 1000년 이상 되었다.

 

<선암사 출발 천년불심길 입구>

 

▣ 송광사와 선암사 천년불심길 유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782km되는 거리에 30~40일을 걸어야지만 갈 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우리만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을 수는 있다. 그중에서도 잘 알려진 길은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선재길이 하나 있으며, 또 하나의 길은 조계산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천년불심(天年佛心) 길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산이 아니라 절과 그 절을 잇는 천년불심길이다. 이 길은 원래 선암사와 송광사 스님들과 산을 오르내리며 땔감과 약초를 구하러 다니던 마을 사람들의 오래된 길이다.

 

순천시의 조계산(887.1m)은 영암 월출산(809.8m), 광주 무등산(1186.8m)과 함께 호남의 3대 명산으로 불리는 데다 도립공원에 지정되었을 만큼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산의 동쪽에는 전통사찰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선암사가 있다면 서쪽에는 보족국사 지눌이 수선사를 세워 승풍을 정화하는 정혜결사를 펼치면서 16명의 국사를 배출해 승보사찰로 불리우는 송광사가 있다.

 

선암사는 태고종의 대표 사찰로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고찰 이미지가 선명한 곳이다. 절집도 좋지만 주변의 자연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가을의 승선교는 단풍과 다리 아래 물빛이 어우러져 절경이 되고, 봄이 오는 선암사는 매화 풍경이 화려하고, 송광산은 가을빛이 눈부시다. 두 사찰을 잇는 길을 따라 사찰을 잇는 트레킹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선암사에서 투박한 두 개의 굴목이재를 넘으면 송광사로 넘어갈 수 있다. 제법 굴곡이 있는 길이지만 명찰 두 곳을 걸어서 잇는 보람이 다른 산행길과는 다르다.

 

<조계산 송광굴목이재,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 송광사와 선암사 산티아고 순례길

등산로는선암사에서 시작하여 단풍나무 군락을 따라 선암골목 이재(620m)에 닿고, 보리밥집(510m)에서 잠시 쉰 후 송광굴목이재 (665m)를 거쳐 다시 단풍군락을 따라 송광사에 닿는다. 7km 거리의 천년불심길이다. 트레킹 치고는 거리가 산행길 거리가 길고, 고도도 400 미터가 훌쩍 넘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둘레길은 사찰 트레킹의 지존이자 끝판왕이라 말한다. 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 선암사 경내로 들어선다. 따스한 가을 햇살이 감나무에 내려앉는다. 빨아간 감이 나무에 주렁주렁, 경내에는 경건한 고요함이 깃든다. 대웅전을 지나 계단을 따라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도량들, 찬찬히 그 모습을 바라본다. 마음에 평온이 깃든다. 절 뒷길로 돌아든다. 갈림에서 산길을 버리고 천년불심길로 들어선다. 측백나무 군락의 상승감이 참 좋다.

 

여기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진득한 오르막, 단풍나무, 서어나무, 층층나무 수종이 다채롭다. 계곡은 이내 끊기고 낙엽 풍성한 고개를 오른다. 서걱서걱 낙엽 밟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운다. 역시 비고 400미터는 만만치 않다. 그 끝에는 선암굴목재, 일명 큰 굴목재가 있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길의 절반을 왔다. 걷는 내내 불심은 아니더라도 마음은 평온했다. 갈림에서 좌로 향하여 보리밥집 앞에 선다. 평상이 놓인 탁 트인 흙마당에 선다. 오랜 만에 느끼는 시골집 분위기가 참 좋다. 선암굴목재와 송광굴목재의 내려가는 길에 차이는 돌계단과 흙길이다. 그 발 밑에 포근함의 차이는 흙의 부드러움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여전히 길게 느껴지는 송광사 가는 길, 돌길이 이어지다가 다리를 건너고 대숲이 등장하면서 험로는 끝이 난다. 대숲 지나 등장하는 돌담은 송광사 최고의 보물이다. 기와, 토담, 막돌이 만들어내는 기막힌 풍경이 미소를 짓게 한다. 모퉁이를 돌면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 예전에 몰랐던 이 절의 참 맛을 알아간다. 전각의 기단과 석축 그리고 돌담에 취한다. 트레킹 끝에 나타나는 송광사는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최고의 사찰이다.

 

이렇게 두 사찰을 이어주는 한국판 순례길은 성인의 묘지가 있는 성스러운 장소를 찾아가는 길이 아닌 속세(俗世)를 떠나서 굽이굽이 고개를 넘으면서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을 느끼고,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잃어버렸던 여유를 찾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를 찾아가는 길로서 이 길을 걷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찾을 수 있는 길이다.

 

“욕심은 부릴 게 아니라 버릴 것이다. 버림으로써 영혼이 빛을 발한다.(…)

내 자신이 부끄럽고 가난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한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삶의 기쁨과 순수함을 잃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스스로 선택한 청빈은 단순한 가난이 아니라 삶의 어떤 운치이다.”

-법정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

 

송광사와 선암사 기행은 다음편에.....

 

송광사, 천년불심(天年佛心)길이 이어준 사찰(2)

선암사, 천년불심(天年佛心)길이 이어준 사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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