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는 일본의 금리가 낮아지는 근본원인이 되는 플라자합의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며, 이어서 플라자합의에 따른 일본경제 영향고 버블 경제 이후에 대해 알아보자
플라자 합의에 따른 일본경제 영향
미국을 살리기 위한 플라자합의였고, 미국 경제는 실제로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러 가치는 낮게, 엔화 가치는 높게 하는 것을 스스로 합의했기 때문에 엔고현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본정부는 약화되고 있는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한다.
여기서 만약 당신이 일본에 있는 한 기업의 사장이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플라자합의 이전까지만해도 낮은 엔화가치와 높은 품질의 제품을 가지고 미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또한 그동안 막대한 돈을 이미 벌어놓은 상태다. 하지만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가치는 올라가기 시작했고, 수출은 잘 안 되기 시작했다. 이때 당신은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
눈치가 빠른 일본의 사장들은 재빠르게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엔화 가치가 2년 만에 2배가 되었으니,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2년 만에 일본인들의 눈에는 반값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일본정부는 자국 내 제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막아보겠다고 기준금리까지 인하하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들은 은행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다가 해외 부동산을 사들였다. 해외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자국 내의 부동산도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그렇게 자산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버블은 커져만 갔다. 일본정부는 유동성을 흡수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엔화 강세에 의한 제조업 경쟁력 하락에만 주목해 재정지출까지 늘렸다. 정부는 막대한 양의 국채를 발행해 재정지출에 나섰고, 그 결과 일본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국채를 발행한 나라가 되었다. 미국보다도 더 많이 발행한 것이다. 저금리와 방대한 재정지출, 이 2가지는 서로 상승효과를 내면서 자산가격 버블을 더욱 부추켰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2년 뒤인 1987년 엔화는 달러화에 비해 가치가 2배에 달했다. 저금리와 재정지출을 바탕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할것이 없이 투자광풍이 불었으며, 은행들은 마구잡이식으로 대출을 늘려갔다. 1990년에 부동산가격 폭등과 주식시장 가격 폭등을 보던 일본정부는 그제서야 위기감을 느끼고 은행들에게 대출을 억제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급격하게 대출을 늘려가던 은행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대출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던 일본 사람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부동산과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불과 1년 만에 그동안 쌓아올린 부동산가격은 모두 폭락해버렸고, 주식시장도 붕괴되었다. 은행들도 대출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피해본 투자자들의 손실을 일부 감수할 수 밖에 없었고, 일본 내 많은 은행들이 문을 닫았다. 버블은 그렇게 2~3년 만에 만들어졌고, 1년만에 터져버렸다. 그 후유증은 20년이 지나서까지 남아 있다.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 그 이후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완전히 변했다. 사람들은 투자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대출을 통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가슴 깊이 느꼈고, 이후부터는 번 돈을 착실히 모으기 시작했다. 저축률은 나날이 높아졌고, 은행에는 늘 예금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일본 사람들은 이후 부지런하다는 이미지를 획득했지만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본은 여전히 높은 기술력을 가진 강대국이다. 하지만 경제성장은 크게 둔화되었다.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꾸준히 커져야 하고, 경제 규모가 커지지 위해서는 일정 수준으로 대출이 증가해야 한다. 대출이 증가하지 못하면 시중 전체 유동성은 감소하게 되고, 이는 가격의 하락 혹은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중앙은행은 전체 유동성 감소를 막기 위해 시중에 유동성을 지속해서 공급해줘야 하며, 통화완화 정책도 이어가야 한다. 일본은 그래서 0%대의 기준금리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고령화도 이를 거들었다. 일본은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이 2019년 기준으로 28.4%에 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는 초고령화 국가다.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노후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저축률은 자꾸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변동성을 감수하고 위험한 투자에 나설 이유도 없다. 사회가 늙어갈수록 투가 행태는 점차 보수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고, 대출수요는 감소하고, 금리는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일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현재 자신들의 사회가 이렇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변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일본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극도로 안정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므로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도 내년에 어떻게 해야 물건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면, 물건 가격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해 오히려 내려가고, 사람들은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
고령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출산율과 의료 수준이다. 의료 수준은 나날이 높아져 사람들의 평균 수명을 증가시키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일본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있지만,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가 출산율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일본과 우리는 다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단 한 개도 없다는 사실에 대해 명심해야 한다.
부자들의 금리 이야기, 일본의 금리는 왜 이렇게 낮을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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