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을 들어오면서 부처님의 세게에 들어서며 마음을 다잡고, 천왕문을 지나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경계하였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부처님 세계에 들어서는 세 개의 문(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중 마지막 문에 이르렀다. 이 문을 불이문이라 한다. 크나큰 근본 진리는 오직 하나이고 둘이 아니며 하나를 깨달으면 백 가지에 통할 수 있다.(一通百通). 잘 생각해 보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니며, 만남과 이별이 둘이 아니며, 시작과 끝이 둘이 아니며, 생(生)과 사(死)가 둘이 아니며, 부처와 내가 둘이 아니다. 그 나타난 작용과 현상은 달리 보여도 본체와 근원을 찾아가면 모두가 하나일 뿐이다. 일주문과 천왕문과는 달리 불이문은 특별한 상징이 없고 대웅전 등이 있는 전각으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문으로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러면 왜 불이문이라고 하는가? 불이문의 또 다른 이름으로는 하나의 이치를 깨닫는 순간 일체 번뇌 속박에서 풀려난다 하여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한다. 또한 불이(不二)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불(佛)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여기를 지나면 금당(金堂)이 바로 보일 수 있는 자리에 세운다.
대표적인 불이문
국보 제50호인 전라남도 영암군 서면 도갑사해탈문(道岬寺解脫門)
보물 제164호인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청평사회향문(淸平寺廻向門)
강원도문화재자료 제 35호 건봉사 불이문
불보사찰인 양산의 통도사 불이문은 중앙에 대들보를 쓰지 않고 코끼리와 범이 서로 머리를 받쳐 이고서 지붕의 무게를 유지하고 있는 특이한 건축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찰마다 똑같은 이름의 불이문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국사에서는 자하문이 불이문이며, 승보사찰인 승주의 송광사에서는 천왕문을 지나자마자 종고루(鐘鼓樓) 밑의 계단을 오르는데 계단을 오르면 바로 부처님 전당에 발을 딛게 된다. 이 종고루가 바로 불이문을 대신하는 셈이다.
특색있는 불이문
과거 강원도 고성에 있는 건봉사는 전국 4대 사찰의 하나로, 신라 법흥왕 때 아도화상이 지은 절이다. 전설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 사명당이 승병을 일으키고 훈련하는 장소로 쓰였는데, 1878년 건봉산 화재로 절의 3천 칸이 다 소실되었다고 한다. 이후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된 건봉사 절터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물이다. 불이문은 해탈문이라고도 하는데 불교에서는 번뇌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뜻하는 문이다. 건봉사터에 남아 있는 불이문은 1920년에 세운 것이다. 불이문은 앞면 1칸ㆍ옆면 1칸 규모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 자 모양인 팔작지붕을 얹었다. 각각의 기둥에는 금강저 문양을 새겨 놓았으며 앞면 처마 밑에는 '불이문(不二門)'현판이 걸려 있다. 이 현판은 조선 마지막 왕세자인 영친왕의 스승이었던 해강 김규진이 쓴 것이다.
보통 사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삼문(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을 통과하는데 건봉사에는 문이 불이문 하나밖에 없다. 건봉사 불이문이 특이한 것은 기둥이 돌과 나무 두가지로 만들어졌고, 기둥이 네 개라는 것이다. 기둥이 네 개인 것과 기둥에 금강저를 새겨 넣은 것을 보면 사천왕문의 역할도 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이로서 세 개의 문, 산문(山門)을 다 통과하였다. 부처님을 만나뵙기 전에 일주문을 통과하며 일심(一心)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천왕문을 통과하면 몸과 마음에 있는 불미스러운 기운을 떨쳐버리고, 비록 진정으로 해탈을 할 수 없지만 불이문을 통과하면서 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산문(山門)을 통하여 사찰 경내에 들어서는 그 순간만큼은 바깥에 있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다 잊고, 평온한 마음 상태로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는 자신을 느껴보자.
산문을 통과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불탑(佛塔)"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글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주문(一株門), 산문(山門)에 들어서며(1)
천왕문(天王門), 산문(山門)에 들어서며(2)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탑(塔)의 기원과 시대별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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