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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사찰 여행

봉암사와 봉정암, 살아 생전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사찰(1)

by 3000포석정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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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불교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스님들의 결사(結社)[1]를 찾아보면 고려후기에 이루어졌던 '정혜결사(定慧結社)'와 '백련결사(白蓮結社)'가 있다. 정혜결사는 정(定)과 혜(慧)를 같이 닦아야 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1188년 보지지눌(普照知訥)의 주도하에 시작된 결사이다. 당시 고려불교는 세속화되면서 승려들이 도는 닦지 않고 돈과 권력을 좋아하는 흐름이 있었다. 여기에 염증을 느낀 보조지눌은 당시 승과(僧科)에 합격한 엘리트였지만, 사찰의 주지로 나가지 않는다. 제도권 편입을 거부하면서 재야로 나가 기존 불교계를 강하게 비판하는 운동을 한 셈이다. 그래서 개성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외딴 지역으로 내려가 결사를 선언했던 것이다. 그 정혜결사 도량은 순천 송광사(松廣寺)였다. 경전 공부와 참선이 본래 하나라는 '정혜쌍수론(定慧雙修論)', 깨달음 이후에도 꾸준히 수행해야 한다는 '돈오점수론(頓悟漸修論)' 등을 말하면서, 모든 승려가 독경과 선 수행, 노동에 두루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여러 주장은 선종을 바탕으로 교종을 통합하는 조계종의 성립으로 나아갔다. 송광사에서 이후로 16명의 국사가 배출된 배경에는 이 정혜결사의 저력이 뒷받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련결사는 염불수행을 강조한 결사이다. 1216년 원묘요세(圓妙了世)의 주도하에 강진 만덕산 백련사(白蓮寺)에서 이루어졌다. 강진은 배가 드나드는 물류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상인을 비롯한 많은 재가자들도 참여했던 불교 결사였다. 고려 이후 조선조로 들어오면 불교는 억불정책의 영향으로 승려들이 도성출입도 할 수 없는 천민으로 500년 탄압을 받았다. 그리고 일제 36년을 거치면서 조선불교는 왜색(倭色)에 많이 물들어 있었다. 이 왜색을 벗겨내고 한국불교 본래의 화두선풍(話頭禪風)을 재정립하기 위해 1947년 가을에 성철, 청담, 자운, 보문, 우봉 스님이 문경의 봉암사에 모였다.

 

 

봉암결사(鳳巖結社)

이들은 "부처님 당시의 수행가풍을 되살리자"라고 결의했다. 이 '봉암결사'는 500년 탄압과 일제 36년의 왜곡을 떨어내고, 본지풍광(本地風廣)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 바로 '봉암결사(鳳巖結社)'였던 것이다. 현재도 봉암사는 이런 결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특별수도원으로 지정하여 1년에 단 한번 '부처님 오신 날'만을 제외하고는 일반인 답사객들의 출입으로 금하였다. 문경 봉암사는 언제라도 갈 수 있지만,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는 우리나라 불교 정신의 정수(精髓)가 살아 있는 근대 불교 혁신의 시발점이자, 결사정진 수행 도량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하고 싶은 사찰이다.

 

<석가탄신일날 개방된 봉암사 전경>

 

대한민국의 수 많은 길중에서 감히 '순례'라 이름 붙여 마땅한 길은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이곳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이 순례라고 이름을 붙여도 될 만한 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해발 1244m의 내설악 깊은 곳에 숨겨진 암자 봉정남은 세속에서 멀기도 하거니와 긴 산행길은 만만찮은 고행을 동반한다. 봉정암에서 적멸보궁과 사리탑 참배만을 목적으로 가는 일반적인 참배코스는 용대리에서 백담사행 버스를 타고 백담사에서 하차해 영시암-수렴동대피소-봉정암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 그러나 고행을 자처하는 순례자들은 일부러 오세암을 들러가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한 번에 백담사와 영시암, 오세암을 거쳐 봉정암까지 하룻만에 참배하고 내려오는 순례길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등산을 좋아하지도 않는 불자들은 왜 이 어려운 순례길을 마다하지 않고 올라가려 하는 걸까? 궁금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풀리지도 않는 숙제와 같은 질문이다. 어떤 이는 평생에 꼭 3번은 기도하러 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1년에 꼭 한두 번은 갔다 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전설처럼 또도는 이야기에 의하면 17년 동안 700번이 넘게 봉정암을 올랐다는 칠순 할머니 이야기도 있다. 어쩌면 세속에서 묻은 때와 번뇌를 험난한 순례길을 통해서 하나둘씩 털어버리고, 자식들을 위해 공덕을 쌓아 주기 위해 부처님께 가는 길이 어렵고 힘들수록 기도를 더 잘 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가슴속에 심어져 있을 것이다.

 

간절한 기도

가장 높은 곳에서 스스로의 고통과 맞바꾼 불심으로 사리탑을 향해 철야기도를 하면 아직 이루지 못한 간절한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부처님께서 들어주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봉정암 적멸보궁과 저 멀리 능선에 있는 사리탑>

봉암사와 봉정암에 대한 사찰 기행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



[1] 불교에서 말하는 결사는 '뜻을 같이하는 스님들이 모인 수행모임'을 말한다.

봉암사, 살아 생전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사찰(2)

봉정암, 살아 생전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사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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