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은 존재하는가?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근원적 질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관심은 "욕망의 강에 휩쓸려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중생이 어떻게 하면 자신처럼 영원한 마음의 평안, 열반에 이를 수 있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돌아가실 때까지의 45년 설법이 결국은 "중생을 어떻게 인도하여 피안(彼岸)의 세계로 건너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세상은 영원한가?", "이 세상은 끝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석가모니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러한 질문들은 해탈의 길로 나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전이 중아함경에 실린 『전유경(箭喩經)』이다. 보통 '화살의 비유'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처님은 '독화살이 몸에 박혀 괴로워하면서 의사를 불러 빨리 치료를 하지 않고 "이 독화살은 누가 어디에서 쏘았으며 화살 종류는 무엇이며 무슨 독을 발랐는가?'를 묻고 있는다면 무슨 득이 있겠는가"라고 비유로서 말씀하셨다. 탐욕의 화살을 맞고 지금 이 세상에서 번뇌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 그 독화살부터 먼저 제거하라는 것이다.
공자도 마찬가지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와 제자 계로의 문답 중에 비슷한 내용이 있다.
계로가 공자에게 '귀신을 섬기는 것'에 대하여 묻자 공자는 "아직 살아있는 사람을 섬기는 것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한다. 또다시 계로가 "죽음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알 수 있겠느냐"라고 대답한다.
이는 지금 현재의 삶에 집중하고 있는 공자의 태도를 보여준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대답과 유사한 점이 있는 것이다. 지금 마음속에 분노가 들끊고 있다면 바로 지옥의 세계이며, 오직 본능만을 좇아 살고 있다면 축생의 세계다. 다툼을 일삼는다면 그것은 아수라의 세계이며, 희로애락이 수시로 교차하면 인간의 세계다. 항상 마음이 평온하면 천상세계에 거주하는 것이며, 모든 마음이 일렁임이 다 사라졌다면 열반의 세계다. 지옥이라는 실재적 공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의 의식 속에 지옥의 고통이 존재하는 한 선행을 쌓고 악행을 멈추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결국 이 세상 사람들이 지옥의 과보를 두려워하며 악업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살아생전 공덕을 쌓고 마음을 닦아 평안의 세계, 열반의 세계로 이끌기 위한 방편으로 지옥세계가 다양하게 펼쳐진 것이다. 모든 종교에서 지옥을 설파하는 것은 이런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 지옥과 사후세계
지구상의 나타난 모든 종교에는 사후세계가 존재한다. 불교에는 지옥과 극락이 있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는 지옥과 천당이 있다. 도교에서는 지옥과 신선 세계가, 유교에서는 저승에 해당하는 황천이 있다. 지옥이란 본래 산스크리트어로 'Naraka'를 지칭한 것으로 이를 음역 하여 '나락가(那落迦)'라고 한다.
빛이 없는 어두운 세계를 의미하는데 BC1000년경에 성립되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나락에 떨어졌다'라는 말이 바로 나락가, 즉 지옥에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불교의 우주관에 의하면 이 세계는 깨달음의 세계인 오계(悟界)와 미혹의 세계인 미계(迷界)로 나누어진다. 미계는 미혹한 존재가 스스로 지은 업(業)에 따라 생사를 거듭하여 끝없이 윤회하는 세계이다.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天)의 여섯 세계가 있어 보통 '육도(六道)'라고 부른다. 중생이 윤회하는 여섯 가지 길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자주 들어본 '육도윤회(六道輪廻)'라는 말이 바로 그런 의미이다.
유교에서도 저승을 상징하는 '황천'이 있다. 글자 그대로 지하세계에 흐르는 누런 샘물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망자의 세계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황천길'이란 표현의 황천이 바로 그곳이다. 한편 유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혼백이 분리되어 백(魄)은 신체와 함께 분묘에 묻히어 사라지고, 혼(魂)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당에 모신다. 그러나 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서히 흩어지게 된다. 그 기간이 4대쯤 내려가면 혼도 없어진다고 보아 4대조 조상까지만 제사를 모시는 규범이 만들어졌다.
어쨌든 유교에서도 사람이 죽은 다음에 일정 기간 혼이 흩어지지 않는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황천'이라는 저승이 있다는 것도 이야기해 왔다. 이러한 중국의 여러 가지 전통적 사후 세계관과 불교의 지옥 관념이 썩이면서 지옥에서 망자들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이 탄생한다.
지옥에서 망자들이 죄를 심판하는 시왕(十王) 이야기는 다음 편에.....
지옥과 염라대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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