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힐링 사찰 여행

지옥과 염라대왕(2)

by 3000포석정 2023. 4. 24.
반응형

▣ 시왕과 염라대왕

지옥에서 망자들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을 시왕(十王)이라고 한다.  열명의 왕이라 해서 '십왕(十王)'이지만 발음의 편의상 보통 '시왕'이라고 부른다. 그럼 시왕 중의 우두머리는 누구일까? 당연히 염라대왕이 그 우두머리가 된다. 인도에서 건너올 때부터 지옥을 다스리는 왕은 염라대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라대왕이 시왕의 우두머리라면 왜 다섯 번째 왕이 되었을까? 사실 우두머리는 가운데에 앉아 다른 왕들의 보필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지만 시왕은 짝수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운데 자리는 5번이나 6번이 될 수밖에 없다. 당시 중국 문화에서는 짝수가 홀수보다 경시되었기 때문에 염라대왕은 다섯 번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중국의 태산부군도 역시 시왕에 들어와 일곱 번째 왕으로 좌정하게 된다. 결국 불교와 도교의 사후세계가 섞이면서 중국의 도교나 민간신앙에서 믿어지던 심판관과 불교의 염라대왕이 함께 시왕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통도사에 보존되어 있는 그림으로는 석가불의 부탁을 받고 석가불이 입멸(入滅)한 후부터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육도(六道)의 중생을 교화한다는 지장보살과 심판관인 시왕(十王)을 함께 그린 탱화가 있다. 비단 바탕에 채색으로 그려진 이 시왕탱은 중앙의 지장보살좌상을 중심으로 그 좌우측에 머리광배를 갖춘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을 비롯해 시왕ㆍ판관ㆍ동자ㆍ옥졸 등이 배치되어 있어 시왕에 관한 불교사상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강화 전등사 명부전 제5염라대오아 좌상(좌)과 통도사 명지장시왕탱(우),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 시왕의 역할

■ 진광대왕, 사후 7일째 재판, 초재

진광대왕은 망자의 선악 행위를 크게 나누어 심판한다. 착한 사람은 천상세계로 보내고 악한 사람은 다음 시왕에게 보낸다. 망자라면 진광대왕은 누구나 만나게 되는 심판관이다.

도산지옥을 담당하는데, 도산지옥을 칼산지옥이라고도 부르는데, 험준하게 솟아오른 산에 칼날 같은 바위들이 서 있고 칼산을 기어오르는 고통을 반복한다.

살생의 죄를 심판해서 유죄, 무죄를 가린다.

 

■ 초강대왕, 사후 2 × 7일째의 재판, 2재

화탕지옥을 담당하며, 끊는 물에 죄 많은 망자들을 삶아내는 지옥이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형벌이나 너무 잔인하다 하여 조선 초에 없어졌다. 도둑질한 죄와 사기죄, 빚을 갚지 않는 죄 등을 심판한다.

 

■ 송제대왕, 사후 3 × 7일째의 재판, 3재

한빙지옥을 담당하며, 얼음속에 가두어 추운 고통을 견디어야만 하는 지옥이다. 망자의 사음죄(邪淫罪), 남을 배신한 죄, 고통받는 사람을 위안하지 않는 죄 등을 심판하고 단죄한다.

 

■ 오관대왕, 사후 4 × 7일째의 재판, 4재

살생, 도둑질, 사음, 망어, 음주 여부를 담당하는 관리들이 있고, 아주 작은 선행이라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사소한 악행이라도 누락 없이 기록하여 망자들의 죄를 심판하고, 또한 망자들의 모든 기록을 시왕의 우두머리인 염라대왕에게 이관한다.

검수지옥을 담당하며, 검수지옥은 애욕이 매우 치성한 자들이 가는 지옥이다. 나뭇잎이 칼날로 되어 있는 나무다. 망자는 애욕이 끊어질 때까지 이 나무를 오르내리는 형벌을 받는다.

 

 

 

■ 염라대왕, 사후 5 × 7일째의 재판, 5재

염라대왕은 망자들이 과거에 지은 업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업경(業鏡)이다. 오관대왕이 측량된 모든 업의 경중을 적은 기록을 넘겨받은 염라대왕은 이것을 다시 검토하면서 망자의 지난 업을 살펴본다. 특히 망자들이 변명으로 선행과 악행이 판가름 나지 않을 때는 옥졸들이 망자의 얼굴을 강제로 끌어다 거울 앞에 두고, 거울에 망자의 지난 한평생 동안의 모든 선악 행위가 남김없이 나타나고 변명을 해도 금방 들통나게 되고 죄가 확정된다.

발설지옥을 담당하며, 입으로 지은 죄를 벌주는 지옥으로 혀를 길게 뽑아 몽둥이로 짓이겨 넓게 부풀린 다음 그 위에서 소가 밭을 갈 듯 쟁기로 혀를 가는 고통을 준다.

거짓말, 겉과 속이 다른 말, 이간질하는 말, 거칠거나 못된 욕을 하는 망자를 벌주는 지옥이다.

 

■ 변성대왕, 사후 6 × 7일째의 재판, 6재

앞의 다섯 대왕이 심판한 것을 기초로 빠진 죄는 없는지 다시 심판하는 대왕이다. 유족들이 망자를 위해 좋은 공덕을 쌓으면 그 망자를 좀더 좋은 세상으로 보내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독사지옥을 담당하며, 살인, 역적, 강도, 고문, 도둑질을 한 망자들이 가는 지옥으로 굶주린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어두운 감옥이다.

 

■ 태산대왕, 사후 7 × 7일째의 재판, 사십구재(막재)

심판을 받기 전 7일 밤낮으로 몸이 토막 토막 끊어지는 고통을 받은 후에야 태산대왕 앞에 서게 된다.

"저쪽에 여섯 개의 문이 있다. 바로 여섯 세계의 입구이니 여섯 세계란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세계다. 어느 문이 어느 세계로 통하는지 나만 알고 있다. 어느 문을 택하든 그것은 내 마음대로이다. 그러나 너는 네가 지난 세월을 쌓은 업대로 문을 택하게 될 거시니 그것이 바로 너의 내세가 될 것이다."

문은 화려한 문, 수수한 문, 커다란 문, 작은 문, 닫힌 문, 낡은 문 등 여섯 개의 문으로 되어 있지만 망자는 자신의 업대로 자동적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이때가 49일의 마지막 날이므로 유족들도 망자를 위해 공덕을 쌓고 정성껏 마지막 재를 지낸다. 망자는 그 공덕의 힘으로 좋은 문을 선택하게 된다. 가산점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유족들은 마지막 사십구재를 그 어떤 재보다 성대하게 모시게 된다.

 

■ 평등대왕, 사후 100일째의 재판, 100일재(백재)

유족은 망자가 자손을 낳아 100일 동안 품에서 놓지 않고 길러준 은혜를 생각하며 이날을 택해 재를 올린다. 유교의 '제'가 조상에 대한 추모와 음식 공양에 중점을 둔다면, 불교의 '재'는 조산의 혼령을 정신적으로 승화시켜 좋은 길로 천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태산대왕에게 마지막 심판을 받고 죄업이 많아 스스로 지옥문을 열고 들어온 망자의 죄를 다시 점검한다. 철상지옥을 담당하며, 이 지옥에서는 쇠로 만든 넓은 상 위에 죄인을 묶어 놓고 옥졸들이 달려들어 큰 쇠못을 마구 박아서 끔찍한 고통을 준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는 것, 탐욕에 빠져 남을 괴롭힌 죄, 타인의 것을 빼앗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죄, 내이익만을 위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죄, 공명정대하지 못한 죄들을 심판한다.

 

■ 도시대왕, 사후 1년째의 재판, 소상

망자가 죽고 난 뒤 다른 몸을 받지 못하고 1년이 되는 날 다시 도시대왕의 심판을 받는다. 여기서 '도시(都市)'란 '도(都)'는 '모두'라는 뜻이고, '시(市)'는 '구한다'라는 뜻도 있어서 모든 망자를 구하려는 대왕이라는 뜻이다. 열 번째 대왕에게로 넘어가면 윤회의 길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유족들이 죽은 망자를 위하여 경전을 제작하거나 불상을 조성하는 등 큰 공덕을 지으면 그 공덕으로 죄업을 덜고 좀 더 좋은 세상에 보내준다.

풍도지옥을 담당하며, 이 지옥에 떨어져 칼바람을 맞게 된다. 이 지옥의 칼바람은 이 세상 태풍 같은 바람이 아니다. 지옥의 바람이므로 망자의 살이 찢겨 나가고 온몸을 분해해 버린다. 이 바람을 1년간 맞으며 고통을 받아 죄업이 덜어지면 드디어 마지막 오도전륜대왕을 만나게 된다.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폭언을 하며, 미워하고 질시하여 주위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종국에는 인간관계를 원수로 만든 죄를 심판한다. 또한 방화죄, 자살한 죄, 춘화를 그리거나 감상한 죄, 불륜을 저지른 죄도 재판한다.

 

■오도전륜대왕, 사후 3년째(만 2년)의 재판, 대상

오도전륜대왕은 3년상을 치르는 대상에 만나게 되는 대왕이다. 3년상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망자가 죽은 지 만 2년이 되는 날에 심판을 받는 것으로 최종 심판의 날이다. 오도전륜대왕의  '오도'는 지옥도를 뺀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세계를 말하며 '전륜'은 '윤회의 수레바퀴를 돌린다'는 뜻이다. 곧 망자들이 죽은 후 49일까지 일곱 번의 심판을 거친 후 다른 몸을 받아 육도윤회의 길로 흩어졌지만, 죄업이 남아 다시 지옥에 들어온 망자들은 온갖 고통 속에서 세 번의 심판을 더 받은 후 죄업을 덜고 지옥도를 제외하고 다시 윤회의 길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이 마지막 심판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망자의 유족들이 정성껏 천도재를 봉행해 망자가 죄업을 소멸하고 악도를 벗어나 좋은 세계로 가도록 발원해야 한다.

흑암지옥을 담당하며, 깜깜하거나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흑암지옥은 앞도 보이지 않고 들리는 소리도 없어 눈과 귀가 필요 없는 지옥이다. 부모나 스승의 물건을 훔친 죄, 진리를 왜곡시킨 죄, 지혜를 구하지 않는 죄 등을 지은 망자가 떨어지는 곳으로 빛과 소리를 앗아간 끔찍한 지옥이다.

 

'문화재 관람료' 무료 전국 65개 사찰 명단과 불교 문화유산

지옥과 염라대왕(1)

반응형

댓글